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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심사/반려동물과 함께하기

골든햄스터 푸딩이 마당 공개! 꾸며놓은 모습이 완전 기특해요

골든햄스터를 분양한지 곧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느낀 점이 많아요.

가장 큰 점은 바로 이거예요. "소동물이 주는 (예상치 못한) 행복."

 

살면서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딱 일주일 정도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 정도) 동물과의 교감이 정서 발달에 좋다는 이야기에는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완전 공감하고 그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요. 

사실 동물을 집에서 키우면 똥오줌 치우는 것은 내 몫이 될 게 뻔하지 않나, 냄새는 나지 않을까, 돈은 또 얼마나 들고 이런 생각이 먼저 앞서더라고요. 좀 귀찮을 것 같고 딱히 예뻐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데 골든햄스터 푸딩이가 우리 집에 온 뒤 그러했던 제 생각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지요.

반려동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개나 고양이가 아닌데다 집에다 풀어 놓고 키우기도 어렵고, 지능이 높아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거나 산책을 시키고 안아 주고, 자신의 의사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내지 않는 이 작은 동물을 일주일 남짓 키우면서 말이지요.

 

"나 불렀어요?" 붉고 검은 눈, 분홍 코, 말랑해 보이는 발바닥을 가진 푸딩이

 

 

푸딩이를 키우면서 인상 깊었던 일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다음과 같아요.

 

1. 골든햄스터가 대체로 순하다는데, 가끔 청소를 하거나 배치를 바꾸어 주려고 손을 집어 넣으면 정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넘넘넘 귀엽다는 거지요. 입을 크게 벌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데,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기도 하고 세상 귀여워요. 완전 햄토리 캐릭터 같아요.

 

일본 만화영화 <방가방가 햄토리>. 저 똘망한 눈망울들 좀 보세요.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에비츄. 남편이 보내 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보고 넘나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푸딩이처럼 골든햄스터래요. (그런데 19금 애니 캐릭터라는 건 몰랐네요. 헐...)

 

2. 야행성이라 주로 밤이 되면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이때 쳇바퀴를 돌리는 푸딩이를 보면 운동도 안 하면서 나이 들어서 체력이 약해졌다는 등 툴툴대기만 하는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져요. 정말 저렇게 쳇바퀴를 오래 돌리면 관절에 무리 생기는 것 아닐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거의 다리가 안 보여요. 무지 빨라요.) 쳇바퀴 돌리기에 심취하는데 '아 나도 내일은 좀 운동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해요. 작은 동물한테도 배울 점이 있을 수 있구나,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쳇바퀴를 케이지에서 분리해서 뚜껑을 닫으면, 푸딩이가 우리 집을 마구마구 활보하며 운동할 수도 있어요. 세상 구경(집 구경)하느라 신난 푸딩이 둘레둘레 보면서 전진, 전진-

3. 제가 넘나 기특하다고 생각한 에피소드인데요, 푸딩이를 분양받으려고 갔던 마트에서 햄스터 케이지도 함께 사 왔거든요. 우리가 고른 햄스터 케이지는 2층 집인데, 바로 옆에 있던 1층짜리 집에 비해 규모도 커 보였고, 가격도 34,000원이면(그 옆에 건 29,000원) 가격 대비 아주 괜찮지 않나 해서 냉큼 데려왔어요. 그런데 실제도 집을 열어 골든햄스터를 풀어 놓아 보니 집 크기가 좀 작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워프 햄스터와 같이 작은 햄찌들에게 딱 좋을 사이즈의 쳇바퀴와 터널(처음엔 푸딩이 방뎅이가 끼는 것 아닐까 걱정될 정도)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기 골든햄스터인 푸딩이에게 적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큰 리빙박스를 이용해 햄스터 집을 꾸며 주면 좋다는 팁을 인터넷에서 보고 우선 작은 통이라도 지금 케이지에 연결해서 푸딩이가 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딩이를 예뻐라하는 둘째아이가 통 한쪽 면에 별로 수놓아진 밤하늘을 예쁘게 그려 주고, 테이프로 벌어지지 않게 케이지와 붙여 주었지요.(둘째는 마당이 아니라 다락방이라고 부르네요.) 바닥재(베딩)는 일단 깔아주지 않은 상태로요. 

그런데 웃기는게 다음 날 되고, 또 다음날이 되면 될수록 새로 붙여 놓은 마당에 바닥재들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 옆에는 2층 이글루 안에 있는 먹이들이 모여지고요. 알고보니 푸딩이가 밤만 되면 바닥재들과 먹이들을 입안에 한껏 물어서 마당으로 옮겨 놓았던 것이죠.

 

마당을 꾸며 주고 이틀이 지난 뒤, 푸딩이가 마당에 바닥재를 한껏 모아 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요녀석이 포근한 잠자리를 직접 만들어 놓았구나 싶어서 기특, 또 기특했죠.

 

한 3일 뒤에는 꽤 많은 양의 바닥재들을 모아 놓고 제가 딱 보아도 포근해 보일 정도의 둥지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색색 귀엽게 자는데, 세상 기특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 너도 우리처럼 집을 좋아하는구나.', '작은 네가 그 많은 바닥재들과 먹이들을 옮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겠니. 정말 기특하다.' 싶은 거지요. 까만 밤하늘 그림 옆에서 자기 만의 집을 만들어 잠을 자는 푸딩이는 정말 사랑입니다. 사랑.

 

몸을 동그랗게 말고 둥지 위에서 자는 푸딩이. 이 사진 보니 하얀색, 갈색 털이 몽글몽글하게 있는 모습이 꼭 푸딩 같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 아주 찰떡같네요.

 

푸딩이가 우리 집에 온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손으로 만지는 것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다할 교감은 없어도 '푸딩아, 뭐 하니~ 이갈이 하니?', '푸딩아, 쳇바퀴가 그렇게 재미있니~?'하고 말을 걸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마 미소에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지니, 이 소동물이 주는 행복함에 젖어들고 있음에 틀림 없는 것 같아요.

푸딩아, 건강하게 우리랑 오래오래 살자. 내일 또 만나!